닥터후 뉴 시즌 정주행 후기(DoctorWho season 10 크리스마스 스페셜 Twice Upon a Time(트와이스 어폰 어 타임) 리뷰)

 

 8월 첫 주, 여름 휴가의 시작을 앞둔 주말, 올 초부터 시작한 “닥터후 뉴 시즌” (뉴시즌 1부터 뉴시즌 10 크리스마스 스페셜까지) 정주행 대장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클래식 시즌또는 뉴시즌 시작 당시부터 닥터후를 사랑해오신 후비안(닥터후 팬덤) 분들에 비해서는 짧고 얕은 수준의 감상일지는 모르겠으나, 장장 6개월 가량에 걸친 이번 정주행 동안 차근히 쌓여온 “닥터”에 대한 어떠한 감정들이 뉴시즌 10 들어 터져나오면서, 여러모로 감정적으로 뜻깊은 정주행의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잠시 틈을 내어 이번 닥터후 뉴 시즌 특히 시즌 10의 엔딩에 대한 리뷰로 이번 정주행을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 닥터후 뉴시즌이 뭔가요?

 영국 BBC에서 1963년 첫 방영을 시작한 닥터후(Doctor Who)는, 이후 1989년까지 26개 시즌(클래식 시즌)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후, 2005년 러셀 T. 데이비스 총괄로 뉴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뉴 시즌은 현재까지 시즌 12까지 방영이 되었고, 현재 시즌 13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시즌 중, 시즌 1부터 시즌 4까지 러셀 T. 데이비스가 담당하였고, 이후 시즌 5부터 시즌 10까지를 스티븐 모팻이 담당하였고, 이후 시즌은 크리스 칩널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 닥터후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닥터후는 갈라프레이 행성에 존재하는 타임로드라는 종족인(시즌 10까지 기준) “닥터”가 “컴패니언”(지구인 또는 타종족 동료)과 함께 시공간을 여행하며 다양한 모험, 특히 지구와 우주 또는 누군가를 구하거나 도우려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모험담입니다.

 어드벤처, SF판타지, 드라마적인 면모도 있고, 때때로 공포 에피소드도 있어서 여러모로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시공간을 여행하는 이야기인만큼, 지구인 외의 다양한 종족과 크리쳐들이 등장하며, 앞서 말씀드린 장르적 특성과 마찬가지로 걔 중에는 SF판타지 캐릭터를 넘어 공포스러운 크리쳐들도 있고 반대로 너무도 인간적인 종족과 크리쳐들도 존재합니다.

 

 사실 시공간 여행물이 SF판타지 장르에는 참 많은데, 여타의 작품들과 닥터후를 구분해주고 닥터후답게 만드는 설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 “닥터”의 시공간 여행을 가능케하는, 의식이 존재하는 트래블머신 “타디스

 타디스는 공중전화박스 모양을 한 닥터후의 트래블머신(타임머신)으로, 그 자체가 의식(심장과 영혼)을 지닌 생명체입니다. 그래서 극 중에서 때로는 여러 상황 및 긴장감을 일으키는 존재로도 역할하며(닥터가 가자는대로 가지 않는다던가, 어떠한 이유로 엉뚱한 곳으로 간다던가, 닥터를 버리거 간다던가 등), 단순히 입출력에 의한 시공간 이동장치가 아니라 닥터의 파트너로서 닥터후만의 시공간 여행을 보다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사실 닥터후를 정말 닥터후로 만드는 설정은 바로 “재생성”입니다.

 

 또다른 하나. 탄생과 죽음의 이분법 너머 끝없이 이어지는 존재가 가능케하는 “재생성

 “닥터”는 죽음과 탄생이라는 생명체에게 일반적으로 주어진 시작과 끝 대신, “재생성”이라는 생의 끝과 시작이 연이어 일어나는 순간을 반복하며 (닥터가 죽음/소멸을 원하거나 재생성이 불가능할 정도의 엄청난 데미지를 입지 않는 한) 생을 이어갑니다.

 “닥터”가 어떠한 회복 불가능한(단 재생성은 가능할 정도의) 죽음의 상황에 처했을 때 닥터는 죽음(소멸)이 아닌, 재생성을 겪게 됩니다. 대신, 이러한 재생성은 “닥터”를 또다른 “닥터”로 만드는데, 재생성이 일어나게 되면 이전까지의 기억과 경험, 이로 인한 지식만 보존되고, 그 외의 “닥터”를 이루고 있는 모든 특징이 변화하게 됩니다(나이는 물론, 성별까지도).

 “재생성”은 “닥터”가 타디스를 통해 시공간여행을 하는 동안 지나게 되는 타임 볼텍스(시간의 존재)에 오래 동안 노출되며 생겨나게 된다는 설정인데요(시즌 10까지 기준). (이러한 설정으로 인해, “닥터” 외에도 재생성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 뉴시즌이 진행되며 여럿 등장합니다.)

 앞서 많은 작품들이 불멸의 존재가 지니는 숙명적인 외로움을 고유한 대상(불멸의 존재)을 바탕으로 설명해왔다면, 닥터후는 “불멸의 존재”인 “닥터”를 재생성을 통해 (나이, 성격, 성별 등을) 다채로이 변형시켜가며 캐릭터와 이야기에 보다 확장성을 가지게 됩니다.

 

 

 – 그렇다면 어떤 “닥터”들이 있었나요?

 2021년 현재까지 “닥터”는 공식적으로 13대 닥터그러나 12대에서 나의 닥터는 멈췄다고 쓴다까지 나왔으나, 실제로는 미싱링크들 속(특히 시즌 11 이후) “닥터”들이 존재하여 총 수는 정확히 추산하는게 무의미합니다(지금도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1대부터 7대까지가 클래식 시즌, 8대는 영화판, 9대부터 현재(13대 아니 12대)까지는 뉴시즌에 해당하나, 실제 뉴시즌에 1대 닥터 등이 재출연하며,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할 수 있는 “닥터”의 설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중, 제가 이번 해에 정주행한 닥터후 뉴시즌의 닥터들은, 9대 닥터 “크리스토퍼 에클스턴 분”부터 12대 닥터 “피터 카팔디”까지입니다.

 

 

 – 컴패니언은 어떤 존재인가요?

 “닥터”를 더욱 “닥터”답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닥터의 여행 동반자들인 “컴패니언”입니다. 대개는 인간으로 “닥터”의 시공간여행에 어쩌다가 또는 필연적으로 함께 하게 되며 “닥터”의 여정을 일정기간 함께 하게 됩니다.

 일정기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그 기간이 정해져있다는게 아니라, 유한한 생을 지닌 인간 또는 존재인 컴패니언이기에 각 “컴패니언”과의 여정의 끝에는 결국 “닥터”와의 헤어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채 한 시즌도 안 되게, 때로는 여러 시즌 또는 시즌을 넘나들며 존재하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컴패니언은 닥터와 이별하게 됩니다.

 

 대개의 “컴패니언”들은 한 시즌 또는 그 이상을 “닥터”와 함께 하게 되고, 이러한 “컴패니언”과의 여정과 그 끝은 당연히 “닥터”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재생성”하는 “닥터”의 캐릭터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정을 마친 후 어떤 “컴패니언”들은 닥터보다 엄청난 어마무시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컴패니언”들은 다시 인간으로서의 평범한 삶을 살게 되기도 하지만, 그 끝이 어떠하든 “컴패니언”들은 그 여정동안 “닥터”의 동반자가 되어 (결국 다시 혼자가 되어야 하는) “닥터”의 삶과 그 여정에 많은 의미를 불어넣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인연)들입니다.

 

 

 – 그래서 정주행 후기는요?

 그런 닥터와 컴패니언의 여정을 쭈욱 지켜봐오던 이번 정주행을 마치며, 막판에 저는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됩니다.

 다시 만난 12대 닥터가 이렇게까지 저를 울릴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앞서 각 에피소드의 통통 튀는 이야기들이 매력적이었던 닥터후는, 12대 닥터의 등장 이후 “닥터”와 “컴패니언”의 관계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데요.

 사실 이로 인해, 앞서 매 에피소드가 각자의 매력을 빛내던 닥터후가 잠시 흔들리게 됩니다. 뭐, 각본가들과 연출진들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매회 보여지던 모험과 감성이, “닥터”라는 인물에 지나치게 함몰되어버린 듯 하게 되었거든요.

 

 

 – 그래서 싫었다는거에요?

 시즌 10 중반기만 해도, 보다가 중간 중간 장면을 놓쳐도 미련이 없을만큼 건성건성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를 한순간에 고치게 만든 것이, 바로 “시즌 10 11화(World Enough and Time), 12화(The Doctor Falls) 그리고 시즌 10 크리스마스 스페셜 “Twice Upon A Time” (내멋대로) 3부작이었습니다.

 

 “Twice Upon A Time” 막판에는 거의 정신줄 놓고 보면서, 다 보고 난 후 사흘째 여운에 이전 컴패니언들과의 만남의 장면을 무한반복하며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지요.

 

 

 – 12대 닥터가 어떠했길래?

 뉴 시즌의 앞선 훨씬 젊은 닥터들의 시간이 지난 후, 12대 “닥터”(“피터 카팔디” 분)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외형으로 재생성되었습니다.

 앞서 9대가 뉴시즌의 시작과 함께 혼란스러운 방황기의 모습을 보여준 후, 10대로 이어지며 상당히 잘 자리 잡은 외줄타기 st의 정체성(여기까지 정체성 수립기이자 중년기로, 러셀 T. 데이비드의 “닥터”)을 보여준 후, 11대에서 청년기의 매력을 발산하더니, 12대에서 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장년의 “닥터”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앞서 “닥터”는 컴패니언들과 때로는 좋은 이별, 때로는 안타까운 이별을 겪으며 모험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11대 청년기의 닥터 후반기, “닥터를 구하고자 존재하게 된” 컴패니언인 “클라라 오스왈드”의 존재 하에 12대 닥터로 재생성하게 됩니다. 또래의 닥터가 순식간에 아버지 이상(좀 과장해서 할아버지 뻘) 나이대의 닥터로 변하자 “클라라 오스왈드”도 놀라지만, 닥터도 그런 자신의 모습에 “클라라 오스왈드”와 관계 재정립에 시간이 조금 걸릴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아니 늘 그래왔듯, “클라라 오스왈드”라는 컴패니언 역시 닥터와 이별하게 됩니다. 그것도, 닥터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어처구니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말입니다.

 

 짧게만 이야기하자면, 서로 간의 관계정립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싶을 무렵, “클라라 오스왈드”는 말 그대로 20대의 조금은 무모한 그리고 모험을 즐기는 성향이 되어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염려스러운 상황들을 거치던 중, “닥터”를 잡길 원하는 흑막의 의뢰로 닥터가 만나온 한 인물에게 죽음의 낙인을 찍어 닥터를 유인하는데, 그간 여러 모험을 거쳐온 짬이 찬 “클라라 오스왈드”가 자신에게 그 낙인이 해가 될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그 낙인을 자원해서 옮겨받게 됩니다.

 

 문제는, 결과적으로 그 낙인이 옮겨오게 되면 낙인의 해체가 불가능하게 되며 “클라라 오스왈드”는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후 에피소드가 좀 더 이어지며, “닥터”의 기지로 인해 “클라라 오스왈드”는 한시적인 존재 상태로 삶을 이어나가게 되지만, 결론적으로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후 만나게 된 컴패니언 역시 결국 죽음보다 더 한 상태에 이르게 되며, 또 다시 컴패니언을 지켜주지 못하게 잃게 된다는 겁니다. 물론 마찬가지로 이후 컴패니언의 에피소드가 좀 더 이어지며, 그리 나쁘지 않은 이별이 되지만, “닥터”는 이러한 이어진 상황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의지 상실 상태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상실 상태에서, “닥터”는 재생성 상태에 처하게 되는데, 닥터는 더이상 재생성을 이어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소멸을 택하고자 합니다. 여기까지가 시즌 10의 엔딩, 이후로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스페셜 “Twice Upon a Time”을 통해 닥터의 최종 선택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까지의 과정이, 제게는 너무도 와닿았고, 뉴시즌 1부터 10까지의 모든 에피소드를 감싸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참고로 11대, 12대 닥터는 후비안들 중에서도 덕력 충만한 “스티븐 모팻”이 총괄을 맡게 되며 묘사해낸 “닥터”들인데, 두 “닥터”의 여정을 보고 있노라면, 12대 닥터의 여정과 퇴장은 어쩌면 “스티븐 모팻”이 “닥터”에게 보내는 헌사이자 연출자이자 팬으로서 진심을 다한 “닥터”의 맺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중간 중간 아쉬운 면도 많았지만, 시즌 10의 피날레가 크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 누군가의 일생을 엿보다.

 12대 닥터의 생애에 함께 한 컴패니언들을 나열해보면, 묘한 이어짐이 있는듯 합니다.

 

 12대 닥터보다 한참 전인 시즌(뉴시즌 4, 10대 닥터 시절)부터 등장해오다가, 12대 닥터 들어 그 관계가 명확하게 성숙해진 “리버송”(알렉스 킹스턴 분)과는 서로에게 사려 깊은 생의 동반자(배우자)와 같은 관계를 형성하며 불행하지만은 않지만 다시 만날 수 없는 사이로 (이미 이후의 끝을 아는 상태로) 이별을 맞이합니다.

 이어 앞선 11대부터 함께 해 온 컴패니언인 “클라라 오스왈드”(제나 콜먼 분)와는 12대 닥터와 함게 하게 된 후 가족(딸 사실 딸보단 손녀)과 같은 관계를 형성하고, 이러한 관계라면 더욱 치명적일 수 밖에 없는 (자신을 닮은) 치기 어린 청춘의 실수로 인한 사고와 그로 인한 이별로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하게 되는 컴패니언인 “빌 포츠”와 “나돌”과는 좀 더 넓은 범위의 동반인으로서 관계(사회적 의미의 다음 세대 또는 전우애 같은 느낌)를 정립하며, 동료(부하) 또는 제자와 같은 혈육은 아닐지 몰라도 책임감이 존재하는 대상들로 함께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끝 또한, 이러한 책임감이 좌절이 되는 방식으로 찾아오게 되었구요.

 이러한 일련의 컴패니언들과의 이별들이 이어지는 동안, 저는 12대 “닥터”의 생애를 한 개인의 일생에 비춰보게 되었습니다.

 

 (아래부터 스포가 필터 없이 쏟아지니 혹시나 아직 닥터후 시즌 10 및 스페셜 방송을 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닥터후 정주행 후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1) “리버 송”과 사랑이라는 것을 인식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부터(심지어 애증 아니 적으로서 지지고 볶기까지하며) 함께 해오다가 서로에게 주어진 예정된 끝에 서로에게 진심을 다하며 이별(사별)하고,

 

 2) “닥터” 개인적으로 마음의 빚이 있는 “클라라 오스왈드”의 개성 강한 (닥터를 닮은 아니 닥터보다 더한) 성격과 티키타카를 이루다가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었던 클라라를 결국 그녀의 무모한(이타적인듯 보이지만 철없거나 가벼운, 심지어 한때의 닥터를 닮은) 판단으로 인해 불가항력적인 죽음으로 잃게 되고(심지어 그녀에 대한 기억까지도),

 

 3) 이후 가족이라는 관계가 아닌 사회적인 의미의 다음 세대 “빌 포츠”와 조수이자 동료(치곤 존재감이 적었지만)인 “나달” 역시 떠나보내며,

 

 한 인생이 (혈연관계와 그 외에 사회적으로) 거쳐올 수 있는 인연들을 묘사한 것만 같습니다.

 

 

 – 그 여정의 끝

 이렇게 모두를 잃고 나서 또는 떠나보내고 나서, 인생 황혼기와 같은 시기에 찾아온 극심한 외로움에 “재생성”을 거부하고 “죽음”을 망설이는 12대 닥터의 마지막 여정은 시즌 10 종료 후 이어진 크리스마스 특집 “Twice Upon A Time”에서 매듭지어 집니다.

 앞서 정주행동안 닥터 후 전체 시즌 볼 수 있는 곳은 WAVVE였으나, 해당 에피소드 “Twice Upon A Time”는 네이버 시리즈온(유료결제, 단 이벤트로 할인쿠폰을 받아서 20% 할인 가격으로)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닥터후 뉴 시즌 정주행 후기(DoctorWho season 10 크리스마스 스페셜 Twice Upon a Time(트와이스 어폰 어 타임) 리뷰) 2
닥터후 시즌 10 크리스마스 스폐셜 “TWICE UPON A TIME”

 

 1대 닥터와 12대 닥터의 만남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던 해당 에피소드에서, 두 닥터 모두는 재생성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1대 닥터의 이유는 재생성으로 인해 자신이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12대 닥터의 재생성 거부의 이유는, 오랜 기간 재생성을 거듭하며 겪어온 전쟁(Battle field)과 같은 치열한 삶/이별에 대한 지침.

 

 그렇게 재생성을 거부한 두 닥터는, 우연치 않게 “증언”이라는 존재의 일에 휘말리면서 재생성의 이유를 찾아갑니다.

 “증언”이라는 존재는, 미래의 대상으로 인해 탄생하게된 존재들로, 생명체들이 죽기 직전까지의 “기억”을 추출하여 보관하는 거대한 데이터 베이스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죽기 직전에, 증언에 의해 잠시 옮겨져 기억을 추출받게 되고, 이후 다시 원래의 세계/상태에 돌아가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두 닥터의 재생성 거부 상황이, 이러한 “증언”의 기억 추출 대상의 타임라인에 오류를 일으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는데요. 이때, “증언”은 자신이 기억을 추출해야 하는 대상을 넘겨줄 것을 요구하며 대신 12대 닥터의 마지막 컴패니언이었던 “빌 포츠”의 기억을 가진 존재를 소환하여 이 존재와 기억 추출 대상의 교환을 협상하고자 합니다.

 

 

 해당 에피소드의 끝에, 1대 닥터는, 12대 닥터와의 여정을 통해 무려 11번 + alpha의 재생성을 거치며 재생성된 자신들이 지켜온 세상과 실현해온 선에 기뻐하며 재생성을 결심합니다. 즉, 이후에 자기 자신(재생성을 포함하는 여정)이 실현해 나갈 것들에 대한 기대이지요.

 

 그리고, 12대 닥터는, 불행한 이별로 끝난 줄로만 알았던 “빌 포츠” 기억과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앞서 잃어버렸던 클라라와의 기억(잃어버렸던 기억)을 포함해) 자신의 여정에 함께 해 온 존재들(이라고 적었지만 나돌 한 명 추가해서 총 3명)의 기억이 (찾아와)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지나온 그리고 지나게 될 자신의 “여정”의 가치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을 선택하기로 결심하고 결국 재생성을 받아들입니다.

 

 지나온 시간들의 고(난)와 감당해야 하는 인연들과의 기억을 모두 안고, 또 앞으로도 껴앉아 가기를 소망하며.

 

 

 – 무한하지만 유한한 닥터의 시간, 그리고 우리의 시간, 그 안의 “선택”

 고유한 개인을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오늘 저는 고유한 개인을 그만의 “정체성”과 겪어온 “기억”으로 정의해보고 싶습니다.

 닥터는 “기억”을 이어가지며 앞선 자신에게서 재생성을 통해 새로운 대상이 되어 동일한 “닥터”로 불리지만, 사실 그 과정마다 “정체성(성격, 가치관, 나이로 인한 여러 변화 등)”이 바뀌며 매번의 유한한 삶을 이어 살아갑니다. 그 중심에는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정신과 함께, 그렇게 더욱 무겁게 쌓여가는 상실에 대한 후회의 기억들이 또한 쌓여갔지요.

 재생성을 통해 고유(지금)의 자신은 사라지고 또 다른 낯선 자신이 되는데, 고군분투 속 괴로움과 상실에 대한 기억은 계속 쌓여만 갑니다. 무한한 시간 속에, 고유한 자신은 (사실) 유한하고 기억은 버겁게 쌓여갑니다. 그렇게 찾아온 장년의 12대 닥터의 상실감. 그런 닥터의 모습에서 우리(저)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 이순간에 당장은 무한한 듯 보이는 우리의 시간. 당장 죽음이 우리 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우리의 앞을 막지 않는 이상, 우리에겐 내일이 주어져 있으니까요.

 ““라는 정체성으로, 언젠가 찾아올 유한의 끝을 두려워하기는 하지만, 당장은 끝이 아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닥터의 재생성이 생의 시작과 끝을 잇는다면, 우리의 삶은 매번의 선택과 결과로 이어져 있습니다. 다행히 대개의 선택이 다음의 나의 생존으로 이어지지만, 쌓이는 좋은 기억만큼 상실과 후회의 순간들의 기억 역시 쌓여만 갑니다.

 때로는 심연에 빠져들게 하는, “삶은 곧 전쟁터”인 순간들을 가끔/종종/자주/끝없이 마주하게 되면서요.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는 것을 자연스레 이어나가며 또는 때로는 “선택”합니다. 그렇게 지금의 나로 존재하게 되었네요. 그러한 선택으로 살아온 순간들은, 어쩌면 조금은 다른 의미의, 유한한 우리 삶 속의 지난한 시간들 속에서의 “재생성”은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좀 더 이후에 찾아오게 될 유한한 삶의 끝의 내일을 향한 GOOD-BYE까지도요.

 

 

 – Remember, hate is always foolish and love is always wise. Always try to be nice, but never fail to be kind.

 이제 재생성을 앞두고, 닥터가 이어 재생성될 닥터에게 전하는 이야기 중, 근래의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문구입니다.

 

 “미움는 항상 어리석은 것이며, 사랑은 항상 현명한 것이다. 늘 친절하기 위해 시도하고, 자상해지는 것에 실패하지 않기를.”

 

 매일의 시간을 살아가며, 현재로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선택을 이어가며, 쌓여진 기억들 속에 때로는 좌절하면서, 희미해져가는 그럼에도 “견지해나가고자 했던” 삶의 자세를 말입니다.

 

 결국, 시즌 10으로 닥터의 한 세대가 끝마쳐지는 듯한 기분 속에서(그리고 실제로 시즌 11에서 이것이 현실이 된 듯하다), 삶의 황혼기 너머로 떠나며 다음 세대에 지혜를 전하는 현자의 읊조림을 듣는 듯이 말입니다.

 

 

 이제, 저는 다시 짧은 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쉬는 동안, 어쩌면 또 한 번의 재생성이 있었을까요? 뭐, 아무튼 조금 달라질 지언정 조금 더 아플지언정 살아있기를 선택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

 

 아참, 사실 시즌 10에서 누구보다 흥미로웠던 인물은 바로 마스터 그러니까 미시(Missy, 미셸 고메즈 분)였습니다.

 시즌 10의 닥터를 더욱 닥터답게 만든, 닥터후를 보다 닥터후답게 만든 미시에게, 이 글에 표현하지 못한 찬사를 보내며 리뷰를 마무리 지어봅니다.

 

 

 닥터후가, 다시금 돌아 올 그 날을 기다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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