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곰 블로그에 “오롯이” 시리즈를 이어가며 끝없이 카테고리를 늘리고 있는 솔데입니다.
글 하나마다 새로운 카테고리가 하나씩 늘고 있지만, 아직 늘어날 카테고리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팀블로그의 주인장인 안테나곰님을 긴장케하고 있습니다.
솔데만이 할 수 있는(아니, 하는) 1글 1카테고리의 블로그 분류, 멋지지 않습니까잉?!
오늘 “오롯이 티비를 비추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게 한 작품은,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마더”입니다.
이 드라마는 일본의 동명의 드라마 마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을 리메이크한 국내 작품입니다.
한 조류 연구원 (수진 / 이보영 분) 이 임시 선생님으로 잠시 일하게 된 학교에서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한 여자아이 (혜나, -수진의 딸이 된 후- 윤복 / 허율 분) 를 알게 되고, 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납치극”을 벌이며 생기는 일들”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원작 드라마 마더와 다른, 한국만의 진정성이 담긴 드라마
한국 드라마 마더는, 보다 정적이고 차분한 일본 원작 드라마 마더에 비해 좀 더 깊고 한국적인 감성을 담고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사실 첫 회를 보면서, 드라마에서 풍기는 느낌이 TVN 감성이라기보단 제가 또 즐겨보는 OCN(보다 하드보일드한)의 감성과 닮아 있어 잠시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후로 하드보일드하기보단 드라마에 집중하는 듯 한 전개라 다행이다 여기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현재까지의 전개에서, 두 드라마는 줄거리 상으로는 비슷한 얼개를 비추고 있습니다. 그러한 얼개에서 일부 등장인물이 바뀌고, 또 사건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다소 추가되거나 하는 등의 변동은 있지만, 큰 틀에서 보았을때는 원작 일본드라마 마더와 비교해보자면 비슷한 전개를 따라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보기에 두 작품 간의 4회까지의 방송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인물 간의 연대에 대한 묘사가 보다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일본 원작에서는 각 인물들의 사연에 집중하며 보다 절제된 대사로 각 인물들의 심정을 처연하게 풀어내며 전개를 이루었다면, 한국 드라마 마더에서는 이러한 사연들에 인물들 간의 연대를 보다 강조하며 이러한 연대가 시청자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풀어내려고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근래에 빈번하게 들려오는 국내의 아동 학대 범죄 및 보호받지 못한 약자들에 대한 사건/사고들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아픈 마음들을, 손을 내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온 안타까운 마음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점에서 우리들이 보다 공감하고 마음 쓸 수 있는 드라마 마더 한국판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본 작품 드라마 마더를 각색한 작가 정서경 씨의 인터뷰에도 이러한 내용의 설명이 있습니다.
드라마 마더 작가 정서경 TvN 인터뷰 내용 중 발췌
드라마 마더를 통해서 시청자들과 함께 통과하고 싶은 감정은, 따뜻한 애정과 연대감, 승리의 감각 등의 좋은 감정뿐만 아니라 분노와 연민 그리고 무엇보다 고통인 것 같습니다. 그러한 장면들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쓰이지 않았습니다. 작은 아이가 느끼는 공포와 수치감, 그리고 고통을 시청자들과 함께 통과하고 싶었습니다.
고통스러운 세계에서 탈출하고 싶은, 바로 그 아이가 되어 같이 손을 잡고 나가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고통받는 장면에 눈 돌리지 않고 끝까지 바라 보려고 하는 노력이, 제가 연대감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얼마나 많은 시청자 분들이 이를 공감해주실지 감히 바라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원작의 내용을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작가 정서경 씨의 인터뷰를 보기 이전에 본 4회까지의 내용임에도) 그러한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 장면들을 만날때마다 원작을 볼때보다 더욱 마음이 욱씬거리는 듯 했습니다.
드라마 마더 등장인물 (원작 드라마 마더와의 비교)
한국
vs
일본
수진 (이보영 분)
강원도 한 대학 조류학 연구실의 연구원으로 바다오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학과 통폐합으로 연구실이 폐쇄되자 인근의 초등학교에서 과학 전담 교사로 일하게 된다. 철새들이 떠날 때즈음이 되면 아이슬란드 조류학 센터로 이직할 예정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혜나를 만나게 된다. 엄마에게 맞은 것을 감추고,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며, 밤이면 혼자 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이. 그런 혜나를 알게 된 수진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울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혜나가 친모에게 잔인하게 버려진 날. 수진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혜나를 데리고 떠나기로 결심한다.
vs
스즈하라 나오 (마츠유키 야스코 분)
한 대학에서 철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지만, 시설 폐쇄로 인근 초등학교 교사로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철새 외에는 관심있는 것도 없는, 냉정하고 까칠한 성격으로 감정 표현에 서툴고, 생각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이다. 10년 넘게 가족과 떨어져 홋카이도에서 혼자 살고 있다. 5살 때 어머니에게 버림 받고 7살 때까지 아동 보호 시설에서 성장했다. 친모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하나, 왜 자신을 버렸는지 알고 싶어 한다.
출산 휴가 중인 동료 교사를 대신해 1학년 담임을 맡고, 거기서 레나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자꾸 옆에서 조잘대는 레나를 귀찮아 하지만, 갈수록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던 중 레나가 학대를 받아 쓰레기 봉투에 담겨 집 앞에 버려진 것을 보고는, 레나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고 레나를 유괴해 가짜 모녀지간이 되어 도망생활을 시작한다.
혜나/윤복 (허율 분)
초등학교 1학년 아이. 그러나 몸에는 언제나 상처가 있고, 전단지를 통해 한글을 접하며 밤에는 햄스터 ‘찡이’의 사육통을 들고 거리를 헤매는 것이 일상이다.
엄마인 자영은 동거남의 혜나를 향한 폭력에도 무관심했으며, 가끔씩은 화를 내면서 직접 혜나를 때리기도 했다. 혜나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려고 한다. 혜나에게는 엄마까지 없으면 세상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어느날, 자영이 심하게 때리고 자기를 버렸을 때 혜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제는, 엄마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이제 혜나의 이름은 윤복이다. 그리고 이제 그런 윤복의 엄마는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수진이다.
vs
미치키 레나/스즈하라 츠구미 (아시다 마나 분)
엄마와 그녀의 동거남과 함께 살고 있는 7세 여자아이.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지만 항상 밝게 행동하고 있으나, 끼니를 자주 걸러 영양실조를 앓고 있을 정도로 방치되고 있다. 또래와 달리 특이한 행동을 하면서 나오에게 관심을 보인다.
어느날 두 남녀에게 학대를 당한 뒤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져 있었을 때 선생님 나오의 도움을 받고, “너를 납치해 너의 엄마가 될 거야.”라고 말하는 나오를 따라 나선다.
주인공에 대한 기본적인 설정은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외의 캐릭터들에서는 상당한 변동이 있습니다.
먼저, 원작 드라마에서 혜나 (미치키 레나)의 어머니는 술집 종업원이었고 그 동거남은 술집을 운영하던 백수였으나, 한국 드라마에서는 각각 화장품 가게 직원과 택배 기사로 바뀌었습니다.
더불어 수진 (스즈하라 나오)의 입양된 집안의 가족 구성원 역시 직업 등에 크고 작은 변동이 있습니다. 원작의 기업의 운영자였던 양어머니는 배우로 바뀌었고, 그런 어머니의 두 친딸 역시 그 설정에 변동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배역들의 일부 설정들이 미묘하게 또는 분명히 바뀌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국판 드라마 마더가 전개됨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채워 드라마 마더 일본판의 내용과 비교하여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드라마 마더 일본 원작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본 리뷰 끝에 댓글을 달아주시면, 다음 리뷰 본문에 또는 본 리뷰 댓글에 간략히 적어 올려드리겠습니다.
드라마 마더 줄거리 요약 [1화부터 4화까지]
1화
강원도 한 대학 조류학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수진 (이보영 분)은 학과 통폐합으로 연구실이 폐쇄되며 인근 초등학교에서 임시 교사로 일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학교에서 가정에서 학대 받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혜나를 만나게 됩니다. 혜나는 자신의 친모 자영 (고성희 분)과 그 동거남에게 지속적인 방임과 학대를 당하고 있었으나, 이런 혜나를 도와줄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혜나를 도우려는 한 학교 선생님과 수진의 노력에도, 사회적이고 법적인 문제들에 걸려 그 시도들이 무산되고, 혜나는 계속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시간은 흘러 아이슬란드로 떠나야 하는 수진, 그러나 그녀의 마음에 자꾸 혜나가 밟힙니다. 그러던 어느날, 혜나는 학대 당해 집 앞에 쓰레기 봉투 안에 버려지게 되고, 이러한 혜나를 발견한 수진은 그런 혜나를 데리고 그 마을을 떠납니다.
이제 혜나는 더이상 학대하는 친모가 있는 혜나가 아닙니다. 자신을 지켜줄 수진이 있는, 윤복입니다.
2화
서울로 도피한 수진과 혜나. 그러나 둘은 의뭉스러운 친절을 베풀던 한 여성에게 속아넘어가 각종 불법을 일삼는 단체의 은거지로 가게 됩니다. 그 곳에서 혜나의 위조 여권을 마련해준다는 말에 속아 자신이 가진 1천만원의 현금을 날려버린 수진.
그 사이 강원도는 혜나의 실종사건으로 떠들썩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혜나를 찾고자 노력하는 형사 창근 (조한철 분) 은, 사라진 아이의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혜나의 친모를 수상하게 여기나 이에 대한 마땅한 물증이 없습니다. 그저 실종된 아이를 찾는데 최선을 다할 뿐.
그 와중에 자영의 동거남은 혜나가 죽지 않았을 수 있다며 차라리 혜나가 죽었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하고, 자영 역시 이러한 동거남의 말에 공감을 표합니다.
이제 남은 것이 없는 수진은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아동 보호 시설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그 사이, 수진을 찾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수진의 양모이자 대배우 영신 (이혜영 분). 그녀는 자신을 소원하게 여기는 수진을 늘 애타는 마음으로 그리워 했지만 찾지 못하다가, 유방암이 전이 되어 생이 위태로워지자, 마지막 남은 사랑을 다하고자 수진을 찾습니다.
그렇게 수진과 혜나/윤복은 많은 이들이 찾는 대상이 됩니다.
3화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동 보호 시설을 찾은 수진, 그리고 혜나/윤복. 그러나 을씨년스럽게 변한 아동 보호 시설엔 치매끼가 찾아온 글라라 선생님만이 남아있습니다. 다행히 정신이 온전히 돌아와 수진과 혜나/윤복을 도닥이는 글라라 선생님과 그런 선생님의 품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아가는 두 사람.
그 사이 강원도에서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또 한 명의 혜나를 걱정하던 선생님이 형사 창근에게 혜나의 친모와 동거남이 혜나에게 폭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는 증언을 넌지시 하고, 창근은 그 증언을 토대로 친모 자영을 심문합니다. 그러나 친모 자영은 이런 형사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인터넷 상에 논란글을 남기고,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 보입니다.
수진과 혜나/윤복 그리고 글라라의 평온한 시간은, 글라라 선생님의 땅을 탐내며 글라라 선생님을 보호시설로 보내려는 탐욕스러운 조카들에 의해 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아래에 소개드릴 명장면.
결국 두 사람은 서울로 돌아오게 됩니다. 혜나/윤복을 자신의 양모가 사는 집 근처 이발소에 잠시 맡기고 자신의 양모를 찾아가는 수진.
4화
수진의 양모 영신은 자신을 찾아와 천만원의 돈을 빌려달라는 수진에게, 그대신 10번만 자신을 만나달라고 조건을 걸고, 수진은 그 제안을 받아 영신과 함께 가족 그리고 영신의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는 등의 노력을 하나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특히나, 호텔방에 홀로 남겨진 혜나/윤복이 걱정되는 수진.
그 가운데 혜나/윤복은 그 집 근처 이발소 여사장에게 왠지 모를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두 사람은 그 여사장과 자꾸 마주하게 됩니다.
그 사이 강원도에서는 수진의 사연이 담긴 편지와 택배를 받은 동료 선생님이, 수진과 혜나/윤복을 돕기로 하고, 혜나/윤복이 학대당한 정황을 형사 창신에게 전하게 되고, 이로 인해 혜나 친모의 아동 학대 정황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탑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눈치챈 동거남(나쁜놈)은 몰래 도망을 치게 되고…
마음이 편치 않던 수진은 결국 영신에게 “열번만 만나달라”는 영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겠다고 선언하고, 이 이야기를 들은 영신의 친딸은 영신이 유방암에 걸렸으며, 전이되어 앞으로의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끝없는 연대의 연속, 드라마 마더의 미덕
이렇게 4회까지 방영된 드라마 마더 한국판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끝없는 연대입니다.
수진을 아끼고 돕는 이들, 혜나/윤복을 걱정하고 돕는 이들, 아직 그 사연이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어려운 상황을 기꺼이 돕는 이들까지, 수진과 혜나/윤복이 가는 발걸음마다 (물론 함정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의 그들을 돕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돕는 이들과 수진과 혜나/윤복 사이에는 분명한 연대감이 존재하며, “돕는 이”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그러한 연대감을 감싸며 빛납니다. 이러한 빛나는 연대감은, 원작에서 간략화되거나 없었던 부분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대는, 오로지 혜나/윤복만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연대는, 혜나/윤복 뿐만이 아니라 수진 그리고 그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모두를 비추며 모두를 반짝반짝 빛나게 합니다.
아래에 소개드릴, 3화의 에피소드가 바로 그러한 장면 중에 하나입니다.
솔데의 오맘비
오롯이 맘에 드는 것을 비추다
드라마 마더 명장면 [1화부터 4화까지 중]
드라마 3화 중 내용으로,
운동하며 드라마를 보던 제가 운동을 멈추고 멍하니 빠져든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오롯이 보여드리고파, 본 리뷰에는 오로지 이 장면에 대한 사진만 존재합니다.
이 장면을 소개하는 것을 끝으로 오늘의 리뷰를 마칩니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진정한 의미의 연대의 결정판.
수진이 어린 시절을 보낸 아동 보호 시설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수진과 혜나/윤복 그리고 글라라 선생님.
혜나/윤복은 글라라 선생님으로부터 어린 시절의 수진에 대해 듣고, 즐거워 한다.
긴 여정에서 잠시간의 휴식과 같은 시간.
혜나/윤복과 글라라 선생님은, 마치 손녀와 할머니 사이 같다.
천진한 소녀와 인자한 할머니, 둘의 시간은 서로에게 위로와 같을 것이다.
두 사람의 공통분모, 수진의 성장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듯한 마트로시카를 두고,
두 사람은 둘 만의 놀이를 찾은 듯 하다.
마트로시카는 크기에 따라 각 시기의 수진이가 되어, 두 사람의 좋은 교감의 대상이 된다.
여섯살때부터 여덟살때의 수진의 마트로시카에 예쁜 구슬과 돌멩이를 가득 담아주는 글라라 선생님.
그 손길이 참으로 따뜻하다.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혜나/윤복에게 수진은 함께 하고픈 엄마이고,
글라라 선생님에게 수진은 사랑하는 딸이다.
그러나,
이제 떠나야 하는 수진과 혜나/윤복.
혜나/윤복은 글라라 선생님도 함께 떠나자고 보채지만…
“글라라 선생님도 함께 가요.”
“우린 도망다니는 중이잖아.”
…
함께 갈 수 없다.
“선생님은 병원가는게 싫으시데요. 아이들과 살고 싶으시데요.”
혜나/윤복이 다시 부탁해본다.
“안 돼.”
그럴 수 없다.
“…
글라라 선생님은, 엄마한테 엄청 소중한 분이야.
살면서 제일 힘들때 옆에 있어주셨고, 지금도 힘들때면 제일 먼저 생각나.”
고마운 나의 어머니.
“근데 엄마한테 제일 중요한건, 너를 무사히 데리고 떠나는거야.”
이제 저도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어머니 품을 속절없이 떠나갑니다.
“글라라 선생님도 그걸 원하셔.”
어느 늦은 밤,
엄마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하며 기도하는 수진에게,
그 누구보다 따뜻한 위로를 전해준 글라라 선생님.
그렇기에, 수진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슬픔과 다짐이 꾹꾹 눌러 담겨 있다.
“있는 힘을 다해서 너를 잘 돌보는 것.
그렇게 하라고 엄말 키워주신거야.”
어머니는 위대하다.
딸은, 그것이 아프다.
“그런데 엄마, 나는… 못해요.
선생님한테 여기에 잘 있으라고 인사를 할 수가 없어요.
선생님 혼자 어떻게 밥먹고 혼자 어떻게 자요.
우리가 선생님을 버렸다고 생각하시면 어떻게 해요?”
혜나/윤복에게 글라라 선생님은 꼭 함께 하고픈 사람.
그러나,
운명은 가혹하다.
갑자기 들이닥친 글라라 선생님의 (나쁜) 조카들과 보호시설 관계자들.
이런 천인공로할 놈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참으로 서글프다.
수진과 혜나/윤복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집 안 어딘가에 숨는다.
조카들과 대화를 나누던 글라라 선생님.
잠시 정신을 놓았다가, 다시금 찾는다.
글라라 선생님은, 시설 내부를 뒤지려는 사람들을 말린다.
두고 온 짐이 있다며, 잠시만 둘러보고 오겠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집을 한 바퀴 둘러보겠다며.
한 발 한 발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 조심스럽게 내딛는 걸음.
글라라 선생님은 숨어있는 두 사람의 기척을 발견하고 웃는다.
“윤복아.”
“넌… 선생님 마지막 아이야.
엄마 잘 부탁해.
엄만 선생님 애들 중에서 제일 겁이 많았어.
누구한테도 마음을 주지 못해서 벌벌 떨었는데…
너라면, 안심돼.”
탄식처럼 흘러나오는 혜나/윤복의 외마디 소리.
그 마음을 모를 수 없다.
하지만, 소리쳐 말할 수 없다.
둘은,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소중한 엄마/할머니를 보내야 한다.
“수진아, 엄마가 되줘서 고맙다.
니 딸 안아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
“하느님이, 이것만은 잊어버리지 않게 해주셨으면 좋겠어.
우리 수진이가, 엄마가 됐다는거.”
글라라 선생님은 자신이 한평생을 바쳐온, 그리고 일궈온 집안을 둘러본다.
잘 놓여진 접시들.
이곳이 시끌벅적 하던 시절, 각자의 주인이 있었던 컵들과 수저들.
그리고.
이제는 잊혀질지 모르는 어제가 되어버린 기억의 편린들이 담긴 많은 것들.
그 가운데, 무엇보다 소중한,
마음을 다해 길러온 아이들의 기록들.
기억은 흐려져가지만…
그때,
문틈을 비집고 혜나/윤복의 손이 삐죽나온다.
손에 쥔 것은 두 사람이 수진이라 여기고 함께 놀았던 바로 그 마트로시카.
떼구르르…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보다 아픈, 숨죽인 소리.
굴러간 마트로시카가 글라라 선생님 발 앞에 멈춰선다.
여섯 살 때부터 여덟 살때까지의 우리 엄마.
그리고 나의 딸.
마트로시카를 어루만지는 글라라 선생님의 손.
그 손은 여전히 따스하다.
마트로시카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눈이 애틋하다.
이제는 글라라 선생님의 남은 생을 함께 해줄 물건들이 싸매져있는,
작은 보따리 안에,
마트로시카가,
소중한 기억이,
진심 어린 사랑이,
소중히 담긴다.
떠나는 글라라 선생님.
안녕. 글라라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 세상의 소외된 것들을 빛나게 해준, 모든 고귀한 연대의 손길들이여.
(본 리뷰 속 사진들은 TVN 드라마 마더 4회의 내용을 캡쳐한 사진입니다.
본 사진들, 사진들과 함께 소개된 대사의 모든 저작권은 TVN 및 관련 저작권자에게 귀속됩니다.)
오늘 솔데의 오티비 “드라마 마더 리뷰”는 여기까집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께도, 저와 같은 감정이 함께 했길 바라며, 그 감정이 위로가 되길 바라여 봅니다.
드라마 마더는 TvN을 통해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30분 경(시작 시간이 다소 유동적) 방송됩니다.
좋은 드라마가 주는 감동을, 놓치지 않으시길 바라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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