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동 터줏대감 (30년 넘게 거주) 안테나곰님이 이사를 하면서, 요즘 쌍문동 방문이 뜸해졌지만 그래도 오래 산 동네이니만큼 종종 여유가 되면 쌍문동을 찾고 있습니다. 쌍문동을 찾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이전에도 블로그를 통해 몇 번 소개 드렸고, 오늘은 특별히 조금 더 각을 잡고 소개 드릴 떡볶이 맛집 ‘영즉석떡볶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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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떡볶이 매니아들 사이에는 몇 가지 전설이 있는데…
대한민국 떡볶이 매니아들 사이에는 몇 가지 전설이 있는데 (팩트: 글쓴이는 떡볶이 업계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앞서 덕성여대 도레미 분식, 노원/상계 파라솔 분식이라는 떡볶이 매니아라면 모를 수 없는 분식집 들을 운영해오셨던 사장님이, 지금은 쌍문동 주택가 사이에 또 하나의 떡볶이집을 열어 떡볶이 매니아들을 다시금 불러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에요.
저는 떡볶이의 떡 빼고 모든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떡볶이의 떡을 좋아하는 안테나곰님과 케미가 잘 맞아, 서울 및 수도권 전역의 많은 떡볶이집들을 다녀보았는데요.
그중에서도 영즉석떡볶이 사장님의 떡볶이는, 진짜 소스의 내공이 얼마나 얼마나 중요한 지를 느끼게 해 준 떡볶이랍니다.
그래서 위치가 바뀌고, 상호명이 바뀌어도,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곳입니다. 사실 영즉석떡볶이는, 이전 오픈 당시에, 그 동네를 안테나곰 님과 산책하다가 새롭게 떡볶이 집이 생겼기에 그냥 들어가보았는데, 아니 글쎄 사장님이 어디서 많이 뵌…!
(이전 매장들도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동네를 산책하다 언제든 들를 수 있으니, 오히려 좋아진 이 상황!)
이후로, 안테나곰님 만나러 쌍문동에 가면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때마다 늘 영즉석떡볶이를 찾다가, 안테나곰님이 이사를 하면서 한동안 뜸하다가 둘 다 그 곳의 떡볶이 맛과 쌍문동의 몇 곳의 (이미 알려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맛집과 들를 곳들을 잊지 못해 근래에 다시 두 번을 찾았습니다.
영즉석떡볶이: 저렴하고 푸짐한 그 시절 그 ‘맛’집
영즉석떡볶이는, 이런 가게에요.
단돈 1만원이면 둘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
떡볶이 1인분 4,000원(단, 인원수만큼 시켜야 하는데, 단체 손님의 경우 사장님이 알아서 조절해주시기도 합니다), 사리류 1,000원, 그리고 볶음밥 2,000원으로 둘이 배불리 먹어도 1만원 정도가 나오는 저렴한 맛집입니다.
요즘 워낙 많은 떡볶이 가게들이, 2인분 기본 구성이 1.5만원부터 시작하고 사리 몇 개 추가하면 2만원은 어느새 넘기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 곳은 정말 단 돈 만 원이면 둘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이랍니다.
하지만 생각해 볼 거리는 있을 거에요.
‘대신 비싼 곳들은 재료가 더 좋고, 메뉴가 특별하거나 한거 아냐?’
이런 생각 말이에요.
사실 이 곳의 메뉴들은, 떡, 어묵, 라면 사리, 쫄면 사리, 튀김만두, 계란, 순대사리(순대볶음 한정) 등,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재료들과 구색이거든요.
‘내공’ 있는 ‘양념장’이 음식에 주는 묵직함을 깨닫게 해주는 곳
이 곳의 맛은 그러나, 분명 특별합니다.
그렇기에 저 같은 맛집 유목민이나, 안테나곰님 같은 초딩 입맛 미식가들 뿐만 아니라, 많은 단골 손님들을 꾸준히 모으는 곳이에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이곳의 떡볶이 소스의 묵직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곳 떡볶이의 장은 보통 맛/약간 매운맛 두 종류가 주로 있는데, 개인적으론 약간 매운 맛을 조금 더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두 맛 모두, 떡볶이 국물을 입에 살짝 머금어 보면, 다른 집들보다 조금 더 묵직한 소스의 맛을 느낄 수 있는데요.
드라마 속 장금이가 “홍시 맛이 난다 해서 홍시 맛이라 하였다”는 것처럼, 이 곳 소스를 머금으면 느껴지는 몇 가지 재료들의 맛이 있는데, 그게 그렇게 좋더라구요.
그렇기에, 저도 안테나곰님도 이 곳을 찾고 또 찾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곳을 방문 하신다면 몇 가지 참고하시길 바라며 알려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이걸 알고 가면 더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영즉석떡볶이 이용가이드
일단, 이용가이드를 적기 전에, 먼저 그간 뵈어온 영즉석떡볶이 사장님을 이야기 드려보고 싶어요.
저는 (영즉석떡볶이 이전부터 자주는 아니더라도 찾던 손님이기도 하고) 영즉석떡볶이가 생긴 뒤로 꾸준히, 특히 코로나 시기 등에도, 정말 꾸준히 찾던 손님입니다.
그렇기에, 매장에서 일어난 이런 저런 문제(?) 상황이나 그 상황에 대한 사장님의 대처도 여럿 보았고, 이 글에 다 쓸 수 없지만 사장님의 몇 몇 규칙이나 대처의 경우엔 그러한 규칙이나 대처가 생긴 이유도 조금씩은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그런 이유를 알려주겠다 그런 뜻은 아니고, 그만큼 알고 있기에, 이 가게나 사장님에 대해 생길 수 있는 오해나 가게 방문 시에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안 좋은 상황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고 싶어서 이 리뷰를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곳의 사장님께서는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있으시고 자기주도적으로 일을 하시는 분이세요.
거기에 굉장히 세심한 편이시고, 특히 다른 문제보다 청결과 관련된 부분들을 굉장히 챙기시려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본인께서 생각하시는 매장 내 질서가 잘 지켜지는 상황을 유지하시려고 노력하시는 편이세요.
다만, 기본적으로 사장님 한 분께서 접객부터 메뉴 준비, 정리까지 하시다보니 여러모로 분주하실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래 사항들을 손님들이 미리 알거나 조금씩만 배려해주시면 정말 쾌적하고 만족스러운 떡볶이 미식 탐방을 하실 수 있을거에요. 제가 장담합니다 🙂
하나. 매장 앞 주차가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영즉석떡볶이는 주차가 되지 않습니다. 주택가 초입에 있기도 하고, 매장 앞에 차를 대면 매장 입구 쪽을 가리게 되어서, 실제로 매장 입구에 차를 대어 이 차를 피해서 손님이 들어오시려다가 다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매장 입구 앞에 주차는 불가합니다.
며칠 전 방문했을 때에도 어떤 차가 출입문을 반쯤 가리게 딱 붙여서 가게 앞에 차를 대고 있어서, 사장님이 여기 대시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니 다른 곳에 대고 와달라고 하니 그대로 가더라구요.
만일 차를 가지고 오신다면, 근방의 쌍문동 유/무료 주차장이나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시고 도보로 방문해주세요.
1인당 5천원 남짓 나가는 음식 메뉴이니, 자차로 오신다면 주차 수고 및 비용은 알아서 지불하시는 걸로!
둘. 기본적으로 매장의 이용 시, 따로 설명서는 없지만,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순서나 규칙, 동선이 있습니다.
매장 이용 시에,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몇 가지 주요한 부분들이 있는데, 이 부분이 따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보니, 손님 입장에서 오히려 바쁘신 사장님을 배려하려고 손님이 한 수고가 서운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차라리 편하게 사장님이 하시는 접객을 기다리고 누려주세요!
셋. 매장 이용은 들어온 순서대로 이루어집니다.
바쁜 시간대에 가시면 경우에 따라 먼저 와서 기다리는 손님이 있거나, 또는 빈 자리에 앉았더라도 그 전에 와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테이블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장님께서 오신 손님들의 순서를 최대한 기억하고 순서대로 주문을 받고 응대를 하려고 하시니, 혹시 앞에 주문 안 한 손님이 있어 보인다면 조금 기다려주세요. 순서가 되면 사장님께서 주문 및 응대를 해주실 겁니다.
넷. 최초의 물이나 단무지, 수저 세팅은 사장님이 해주세요.
들어와서 자리에 앉으시면, 사장님께서 정수기에서 물을 떠서 가져다주시고, 단무지와 수저 세팅을 차례대로 해주실 거에요.
아무래도 사장님이 바빠 보이시고 하다 보니, 손님 입장에서는 ‘내가 물 가져오고 단무지 가져오고 수저 가져오면 사장님 수고가 좀 덜겠지.’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우선순위는 본인의 수고가 아니라 ‘청결‘입니다.
아마 덜어 먹는 반찬류나 뷔페 메뉴들 보다 보면 음식 앞에서 침 튀면서 말하거나 기침 하는 경우들을 보신 적 있을 거에요. 실제 코로나 시기에 수저를 자리마다 놓고 매장을 운영하시면서 이 부분이 염려되어서 수저의 세팅 방식이 바뀌었고, 이와 비슷하게 물이나 단무지 세팅도 변경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자리에 앉으시면 괜히 이것저것 챙겨오지 마시고, 한숨 돌리시면서 기다려주세요.
최초 세팅 이후로는, 물의 경우 정수기에서 편하게, 수저의 경우 사장님에게 이야기하면 위치 알려주시고 손님이 가져갈 수 있게 해주세요. 단무지는 보통은 사장님이 비었다 싶으면 가져다주시는데, 사실 저도 몇 번 그냥 제가 알아서 가져간 적이 있긴 한데(이건 비밀), 기본적으론 사장님께서 리필해주시는 것을 개인적으론 매장 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섯. 임의로 자리를 바꾸거나 테이블/의자 등을 옮기지 마시고 사장님께 물어보세요.
사실 이건 이 곳 뿐만 아니라, 어느 매장에서도 지켜지면 좋은데, 사정 상 자리를 옮기시려면 사장님께 미리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해주세요. 특히 인원 수 등의 문제로 테이블이나 의자를 옮길 때는 꼭 미리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해주세요.
이건, 영즉석떡볶이가 아니라, 어느 음식점이나 매장에서라도 지켜주시면 좋은 예의입니다.
만일 인원 수의 문제로 또는 이런저런 이유로 자리를 옮기거나 테이블 위치를 바꾸어야 할 상황이라면, 사장님께서 알아서 바꿔주세요. 오늘도 7명 손님이 함께 앉고파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테이블 세팅도 다 맞춰주시고 여러모로 사장님이 챙겨주셨습니다.
그러니까, 자리 변경 등이 필요하다면, 꼭 먼저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하세요!
여섯. 종종 매장 화장실 이용이 어렵습니다.
사장님이 이런저런 이유로 청결에 대해서 신경을 코로나 이후부터 더 쓰고 계세요. 그런 중에 혼자 매장을 유지하시다 보니, 특히 손님들의 이용 상황에 따라 컨디션이 극과 극일 수 있는 화장실의 경우 이용이 어려운 때가 많습니다.
일곱. 문제가 있을 땐 사장님께 물어보세요.
매장에서 가스버너로 조리하는 즉석떡볶이이다보니 버너의 가스가 소진된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식사를 하다 보면 이외에도 무언가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럴 때는 염려 마시고, 사장님에게 물어보세요. 사장님이, 겉으로 그렇게 안 보이실지 몰라도, 고객의 불편은 자신의 불편처럼 여기는 분이셔서 생각보다 더 흔쾌히 해결해주실 겁니다.
대부분의 “손님이 하지마세요.”하는 일들은 청결이나 안전과 직결된 경우들이 많으니까, 이해해주세요.
위의 사항들이, 글로 쓰고 나니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대부분은 보통 매장에 가면 충분히 서로 양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에요.
다만, 사장님이 바쁘시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위와 관련한 상황이 벌어지면, 사장님의 말투가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이 부분은 사장님께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계시고 안 그러려고도 하시는데, 또 연세가 있으신 만큼 그간 살아오신 나날들이 있으니), 조금만 이해해주시면 오히려 찾고 찾다보면 진짜 정이 담긴 단골대접이 무엇인지 아실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
장인이 가지는 자세
분명한 건, 영즉석떡볶이 사장님께서는 손님에게 욕을 하거나 정말 무례한 행동을 하진 않으세요.
실제로 정말 안 좋은 매장은(예를 들어, 제가 사는 공릉동의 어느 만둣국집), 그냥 이유 없이 사람의 태도 자체가 말 그대로 무례 그 자체인 경우들도 있습니다.
(위의 예시의 가게의 경우, 테이블 회전 때문에 손님들이 느리게 먹는 거 같다 싶으면 남자 손님들에게는 “군대는 다녀왔냐 군대 안 다녀온거 같다”라고 옆에서 계속 이야기하거나 여자 손님들에게는 “여자라서 이렇게 느리게 먹냐.” 같은 진짜 말그대로 밑도 끝도 없는 무례를 저지르는 가게도 있습니다. 이런건 진짜 밑도 끝도 없는 나쁜 마음!)
저도 이 글을 허허허 넉살 좋은 듯 쓰고 있지만, 저런 매장은 정말 안 좋아하고, 다시 가지도 있습니다. 저런 마인드로 하는 음식이 절대 맛있을 수 없고(위의 이유와 별개로, 진짜 맛없었음. 사골육수에선 크림 맛이 나고 만두는 피가 너무 두꺼워서 밀가루 씹는 맛이 나고… 저도 안테나곰님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맛이 있다고 해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갑자기 타 가게 이야기하며 급발진 해서 죄송해요! ㅎㅎㅎ 근데, 정말 나쁜 마음이 느껴지는 가게의 예를 생각하니 딱 떠오르는 몇 년 전에 들른 가게가 하나 있어서…)
하지만, 오늘 굳이 이렇게 거창하게 이용가이드라는 제목까지 붙여가며 ‘영즉석떡볶이’를 다시금 소개하는 까닭은, 누군가에겐 까다롭거나 불편할 수 있는 부분들이, 사장님이 가진 거창하진 않지만 분명한 철학과 장인 정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철학과 장인정신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결국 자신이 추가하는 바가 명확하고 그걸 지키려고 하는 고집 그리고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즉석떡볶이 사장님은 오랜 기간 동안 분명히 그걸 지키고 계세요. 저는 그래서 이곳 사장님을 참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골들은 이 가게를 찾고 또 찾게 되는 걸거에요.
이 글을 내가 쓰는 게 맞는 걸까?
사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안테나곰님과 이 글을 올리는 게 맞을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일단 저는 그저 영즉석떡볶이를 종종 찾는 고객일 뿐이고, 더 오랜 그리고 더 자주 가게를 방문하고 사장님을 더 잘 아시는 단골 분들에 비하면 제가 아는 건 일부일 거니까요. 그리고 설사 이 가게에 대해 정말 잘 안다 할지라도 당사자가 아닌 이가 이렇게 팔 걷어 붙이고 글을 쓰는 게 좋지 않아 보일 수도 있고 또 보이는 걸 떠나 정말 안 좋은 일 일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안테나곰님은 포스팅을 만류하셨는데, 뭐, 뭐라 하면 내가 몇 마디 듣고 말지 싶은 마음으로 포스팅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이 곳의 떡볶이를 더 오래 만나고 싶고, 사장님이 음식에만 더 집중하셔서 계속 지금과 같은 맛을 유지해주시길 바라거든요.
이 곳 떡볶이는, 정말 맛있거든요 🙂
항상 이 곳을 함께 찾아주는 안테나곰님께 감사의 인사를 남기며, 그럼 오늘의 맛집 리뷰 라기보단 이용가이드에 가까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