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앞서 작성한 오롯이먹다 #30 세월에 장사 없어도 1편에서 이어집니다.
부평방문기 1편을 작성하고, 곧 이어 2편 작성을 시작했는데, 바쁜 일상에 또 먼저 전하고픈 소식에 2편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2편을 조금 더 차분한 마음으로 작성하고 싶어서 미뤄온 탓이 큽니다.
뭔가, 감정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든 하루였었거든요 🙂
그럼, 부평방문기 “세월에 장사 없어도”의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TABLE OF CONTENTS
[오롯이먹다#31] 세월에 장사 없어도 2편: 부평시장 빵집 이을, 로스팅카페 커피에이레네, 맛집 부평막국수 (feat. 포다쌀국수, 멜브)
앞서, 2020년에 한창 오롯이 먹다를 포스팅하던 시절에, 부평의 맛집들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소개한 곳들 중, 포다쌀국수는 먼 거리지만 이 곳을 들르러 일부러 부평 약속을 잡기도 했던 저의 “찐” 최애 맛집 중 하나였고, 멜브는 그 어느날 부평에 들러 새로운 갈 곳을 찾아보려고 탐험가가 되어 둘러보다 찾은 숨겨진 보석 같은 커피 맛 좋은 카페였기에, 정말 기쁘게 소개를 했었지요.
사실, 이날의 부평나들이도 앞서 소개드린 덕화원과 함께 포다쌀국수를 간만에 방문하고자 하는 목적이 가장 컸었고, 간 김에 멜브 역시 들러서 간만에 호주식 아메리카노를 맛보자는 계획이 마치 화룡점정을 찍은 최고의 계획인 것만 같아 들떠 있었지요.
간포다쌀국수는 그 자리에 건재해있겠지라는 생각에, 미리 찾아보지 않고 당일날 산곡동에서 부평시장 쪽으로 이동하는 길에 (혹시 브레이크 타임 없었나 하며) 포다쌀국수를 검색해본 저…
그리고 알게 된 정말 슬픈 소식…
부평 베트남쌀국수/반미 맛집 포다쌀국수 영업 종료 (문 닫음)
네, 포다쌀국수가 지난 2022년 11월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다고 합니다.
정말 농담이 아니고, 덕화원과 빵카페 그랑팡을 무사히 잘 들르고 난 후 뿌듯한 마음으로 올라탄 부평시장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이 사실(포다쌀국수 영업 종료 소식)을 뒤늦게 알고, 정말 잠시 멘탈이 안드로메다로 다녀오는 듯 했습니다.
저는 포다쌀국수의 쌀국수와 분짜를 정말정말 많이 좋아했고, 그렇기에 늘 식사를 마치고 지인에게 엄지를 척 치켜들며 기뻐하곤 했고, 호불호가 있을 지언정 호가 분명한 손님들이 많은 가게이기에, 이 곳의 영업 종료 소식을 이렇게 2022년에 접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거든요.
심지어, 가게에 방문하면 사장님 내외 분들과 그 분들의 아이가 식탁에 앉아 숙제 또는 공부를 하는 모습도 지켜본 기억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한지라(그 분들은 기억 못하시겠지만), 뭐랄까, 그냥 제 삶의 추억의 일부인 가게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느낌이라… 정말 잠시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못 믿겠다며, 기어코 매장이 있던 건물에 들어가보고서야 확인하게 된 영업종료 소식.
포다쌀국수 건물 현관의 빛바랜 간판과 여전히 남아있는 홍보판
입구에서도 믿지 못했지만…
저의 당시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흔들린 사진, A4 용지에는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현 영업점에서 영업을 종료합니다”라고 쓰여있었다.
결국 굳게 잠긴 식당 앞에 붙여진 A4 용지의 포다쌀국수 영업 종료 공지를 보고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다행히, 부평에 가보았거나 갈만한 곳들(그저 더 좋아하는 곳에 의해 우선순위가 밀린)을 여럿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는 금새 다시 정해졌지만…
이날 집에 돌아오는 날까지 뭔가 헛헛한 마음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아무튼, 헛헛한 마음을 간직한 채로 일단 가고자 했던 카페로 이동합니다.
바로 호주식 (멜버른식)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 “멜브”인데요.
어… 토요일 점심인데, 문이 닫혀있는 게 아니겠어요?
부평 커피맛집 멜브가 브런치 카페로 재탄생
부평 커피맛집 멜브 커피전문점에서 브런치 전문점으로 변경 (브레이크타임 생김)
네, (나중에 알아보니 하필 저희가 방문한 주부터) 기존에 브레이크 타임 없이 아메리카노와 베리에이션 음료, 기타 음료를 전문적으로 팔던 카페 멜브가, 브런치 메뉴를 런칭하여 브런치 카페로 변경되었다는 겁니다.
커피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곳이었는데, 브런치까지 하다니 좋은 소식이지만… 브런치 카페가 되며 브레이크 타임이 생기며 방문할 수 없어진 상황.
포다쌀국수에 이어서, 이날 들르고 싶었던 부평의 추억의 장소 또 하나를 들르지 못하게 된겁니다.
그저, 알고 있는 가게 하나가 영업을 종료하고, 다른 가게는 업종이 다소 확장되며 브레이크 타임이 생긴, 그냥 일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참… 뭔가 마음이 허전해지는 기분…
이런 저의 마음을 헤아린 건지, 이날 함께 부평을 찾은 지인이 얼마전 방송에서 보았다며, 어느 한 빵집으로 저를 끌고 갔습니다.
부평시장 발효종 빵집 이을
부평시장 발효종 빵집 & 꽃집 베이커리 이을
크림빵이 유명한 곳인데, 빵집 겸 카페 한 켠에 꽃집도 함께 있어서 신기했던 곳입니다.
부평시장 발효종 베이커리 이을에서 구매한 흑임자 크림빵과 플레인 크림빵
유명한 크림빵 2종(흑임자 크림빵과 플레인 크림빵)을 사서 커피가 맛있어 보이는 카페로 이동 🙂
부평 스페셜티 카페 “커피에이레네”
부평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한 커피 에이레네는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부평 커피맛집 카페 커피 에이레네
매장은 다소 클래식한 느낌이고 크게 튀거나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커피 하나만큼은 수준급이었던 카페였습니다.
부평 카페 커피 에이레네 커피와 서비스 커피
커피 에이레네의 메뉴는 아메리카노 관련 메뉴들과 함께, SPECIAL BREW 7/5/3 SERIES가 있었어요.
SPECIAL BREW는 핸드드립 커피로, 숫자 시리즈는 원두 또는 커피의 등급을 나타내어 숫자가 높을수록 비싸ㄴ…
그런데, 적어도 값어치는 하는 맛이었습니다.
이날 저는 3 시리즈인 GN320 (케냐 허니), 제 지인은 GN520 (과테말라 너티)를 각각 주문했습니다.
(저희가 두 잔을 시켜서인지) 서로의 커피를 맛보기 식으로 사진에서처럼 서비스로 주어서, 서로 궁금한 맛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의 자부심이 넘치는만큼 맛도 넘치는 부평 “부평막국수”
포다 쌀국수 대신 이날 저녁식사를 위해 들른 곳은, 평양식 막국수, 막국순데 냉면맛 등의 조금은 특이한 평들이 많은 “부평막국수입니다.
부평막국수 메뉴판
부평막국수는, 사장님의 막국수(냉면)에 대한 자부심이 분명한 가게인데요. 그 자부심만큼, 맛도 좋은 곳입니다. 재미난건, 그 자부심이 꽤나 냉철한 편이셔서, 가게에서 직접 만들지 않는 메뉴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이지 않으신다는 점…
“우리 막국수 정말 맛있어. 아, XXX는 우리가 직접 하는게 아니라 자신 못해.”
ㅋㅋㅋ
재미나지 않나요?
부평맛집 부평막국수 메밀비빔냉면
부평맛집 부평막국수 메밀물냉면
이날 저희는 메밀비빔냉면과 메밀물냉면, 그리고…
부평맛집 부평막국수 수육
수육을 함께 주문했습니다.
저도, 지인인 안테나곰님도 막국수의 맛에 만족하며 배부르고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는 후기 🙂
세월에 장사 없어도…
메뉴에 대한 자부심 넘치는 부평막국수의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가는 세월에 장사는 없어도… 그 세월의 순간순간에는 그 시점마다 빛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늘 존재하고 있다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가는 세월을 두고도 조금은 의연해질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생각 🙂
오랫동안 부평 산곡동에서 삶을 이어온 사람들과 가게들, 덕화원과 같은 곳들,이 세월이 흐르며 저항할 수 없는 흐름에 밀려 그 터전을 떠나고 해오던 일과 삶을 더는 이어가지 못하게 되더라도…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은 스테디셀러 같은 존재들, 부평시장 포다쌀국수와 같은 곳들,이 세월과 부딪혀 견뎌내기 힘든 사건(환경)에 의해 다시 만날 수 없게 되더라도…
변치 않았으면 하는 매력을 가진 존재들, 카페 멜브 같은 곳들,이 세월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에 그 모습이 변화하게 되더라도…
빵카페 그랑팡처럼 내일을 기대하며 자신의 나래를 이제 막 크게 펼쳐낸 존재들이 새로이 등장하고,
부평막국수처럼 부딪혀오는 세월에도 자부심을 지키며 자리를 지키는 존재들은 적어도 지금은 여전히 건재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커피 에이레네처럼, 베이커리 이을처럼 눈이 부시게 빛나진 않더라도 은은하게 그 매력을 유지하며 사랑방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곳들이 어딘가엔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
이곳들도 또 세월이 흐르며, 마쳐지거나 떠나거나 변하더라도, 그래도 또 그 시기의 그러한 곳들이 있을 것이며, 그래도 나는 이러한 변화와 끝과 헤어짐에 “좋았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경험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세월에 장사 없는 우리네 삶이지만, 그래도, 한때는 최고의 장사였던, 나에게만큼은 장사였던 존재들이, 그리고 그걸 경험할 수 있었던 그리고 기억하고 있는 나 또는 누군가가, 세월의 흐름보다 더 강한 무언가를 좀 더 큰 범위에서 이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말입니다.
끝맺으며,
저만이 아닐겁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께서도, 흘러가는 세월에 더는 만나지 못하게 된 기대하지 못하게 된 그러한 것들이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한 상실이나 허탈한 마음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
그래도, 또, 아마 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상실과 허탈한 마음 너머에, 여전히 남아있는 그때의 기억과 추억, 그리고 가치. 또 여전히 존재하거나 새로이 생겨나는 가치에 대한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을요.
그저, 세월에 장사가 아니었을지언정, 소중했던 그들이 그 공간이 그 무엇인가가, 장사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행복하고 또 평온한 매일을 보내고 있기를 기원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쳐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