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추도식] 나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주 금요일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계속 거제로 가는 길을 살폈다.

언제나 갈 수 있나, 무엇을 가지고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나를 살피다가 몇 번이나 울컥거렸다.

이제는 더는 어리지만은 않으니, 철 없을 적 오지랍도 누군가의 이야기에 대한 무조건적인 내면화도 유연히 넘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찾아오는 아픈 소식엔 생각보다 더 쉽게 무장해제가 된다.

쌓여 온 세월은 내게 두터운 완충막을 세워주었지만, 그만큼 깊은 삶의 행간을 가늠하게 만드는 시선도, 얄궃게도, 함께 주었다.

그 가늠이 때로는 과하거나 덜하더라도 그 시선에 닿은 무언가는 나를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수요일, 처음 거제 사건을 기사로 접하고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멀쩡히 밥을 먹고, 남은 저녁 일과를 안락히 보내려던 나에게 이어진 그 날 하루는 꽤나 버거웠다.

눈물로 흘려내기 싫은 마음 속 깊은 슬픔과 애도가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이걸 내보이는게 누굴 위한 것인가?” 라는 생각에 그저 마음으로 마음으로 또 명복을 빌고 또 위로를 보냈다.

그러다, 금요일.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이제는 서울-광주도 거뜬한 내가 거제라고 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뭐라도 하고 싶었다.

작은 제삿상을 그리고, 일정을 짜고, 내 나름의 추모를 준비했다.

당장은 갈 수 없음이 답답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조금만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시민들이 거제 살인 피해자 추도식 연다 : 7일 오후 6시 사건 현장 부근서]

외롭게 사셨을 당신을 추모합니다

http://news1.kr/articles/?3469111

나 뿐만이 아니었다.

안타까움과 비통함과 추모를 안고, 지난 주말을 보낸 이는 나 뿐만이 아니었다.

뒤늦게 알려진 사건에, 마지막 보내는 길마저 쓸쓸했을지 모르는 그 순간들을 걱정한 이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 마음을 내놓아 작은 제삿상을 차리고, 부끄런 한 손을 꺼내어 떠난 길에 마음 속 꽃을 뿌려주려는 이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사람의 근원을 뜻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가치를 말하기도 한다는 것을 나이를 먹으며 조금씩 더 깨달아간다.

고맙습니다. 그 모든 이들이여.

그리고, 당신께서는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당신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내 아픈 속내는, 당신과 당신을 품은 이들을 향한 진심 어린 기원만 담아 서서히 띄워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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